2025 북한인권대회 조직위원장
전문가·탈북민 참석 현실 고발
“대형 토털 컨벤션 대회 만들 터”
탈북 학생 교육하고 적응 도와
‘2025 서울북한인권세계대회 조직위원장’을 맡은 임창호 교장은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갖게 하겠다”고 말했다.
부산 강서구 장대현중고등학교는 영호남 유일 탈북학교로 탈북 학생을 교육하고 한국 적응을 돕는 역할을 한다. 이 학교는 2014년 학교 문을 연 이후 26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탈북 학생들이 부산에서 배움을 이어가고 꿈을 펼칠 수 있도록 만든 중심에는 임창호 교장이 있다.
임 교장은 2000년 미국에서 이민자들을 위한 교회 담임목사를 맡으면서 북한인권에 처음 관심을 갖게 됐다. 당시 미국으로 건너온 탈북민들이 북한 경제 실정과 열악한 인권 등을 알리면서 이들의 인권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임 교장은 “자연스레 탈북민과 만나 대화할 기회가 생겼고, 북한 주민의 열악한 현실을 처음 듣게 됐다”며 “그때가 결정적인 계기가 돼서 탈북민 인권운동을 시작했다”고 떠올렸다.
2006년 2월 한국으로 돌아와 고신대학교 교수로 재직하게 된 임 교장은 부산에서 탈북민을 돕는 활동을 이어왔다. 탈북민들을 위한 작은 교회를 만들고 그들의 정착을 도왔다. 탈북민 복지에 몰두하던 임 교장은 이들의 가장 큰 고민이 교육이라는 점을 깨달았다. 임 교장은 “북한에서 온 어린 학생들이 학교에 가면 따돌림을 당하는 일이 잦았다. 서울에 있는 탈북민 학교를 보내면 적응을 못하고 돌아는 경우도 많았다”며 “지역에서 이들을 돌보고 교육할 수 있는 기관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임 교장이 한동안 탈북민 교육 문제 해결을 고민하던 중 운 좋게 지금의 장대현중고등학교 건물을 기증받았다. 임 교장은 건물을 리모델링해 2014년 탈북 학생 12명과 함께 학교 문을 열었다. 이어 임 교장은 탈북 학생들이 교육에서 소외받지 않도록 부단하게 노력했다.
노력 덕분인지, 장대현중고등학교는 지난해 부산에서 정식학교로 인가받을 수 있었다. 탈북민을 위한 사립 대안학교가 정식 학교로 인가를 받은 것은 전국에서 4번째이며 부산에서는 처음이었다. 임 교장은 “교사들과 후원해준 시민들이 버팀목이 돼 탈북민을 위한 학교가 정식 개교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최근에 임 교장은 북한 인권 문제 해결을 위해 활동 반경을 전국으로 넓히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올해 10월 22~25일 열릴 ‘2025 서울북한인권세계대회’를 총괄하는 조직위원장을 맡은 일이다. 2025 서울북한인권세계대회는 세계 각지의 북한인권 전문가들과 30여 개국에 흩어진 탈북민들이 참석해 북한 인권 현실을 고발하고 이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을 촉구하는 행사다. (사)북한인권민간단체협의회가 주관하며 통일부·서울시 후원으로 서울에서 개최할 예정이다. 임 교장은 협의회 공동대표이기도 하다.
임 교장은 2025 서울북한인권세계대회를 국내 최초, 최대 규모의 대형 토털 컨벤션 대회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북한인권 오페라와 뮤지컬 공연, 평양음대 출신 교수와 졸업생들로 구성되는 클래식 음악 콘서트, 북한 대중음악가들과 무용단 콘서트, 북한인권 체험 수기와 북한인권 사진공모전 등 다양한 문화 행사를 계획하고 있다.
세계인의 관심이 대회에 몰릴 수 있도록 다양한 노력도 병행 중인데, 메르켈 전 독일 총리, 부시 전 미국 대통령, 배우 안젤리나 졸리, 오토 웜비어의 모친 낸시 웜비어 등을 물밑으로 접촉해 초청 대상에 포함시키려 하고 있다. 임 교장은 “북한 주민 인권 문제에 우리가 점점 무관심해지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올해 열릴 세계대회를 통해 통일과 북한 인권 문제를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가 관심을 갖게 하고 함께 연대해 문제를 해결하는 분위기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손희문 기자 moonsl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