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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시간 2019-09-25 14:2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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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양아와 탈북민, 그들은 왜 만나자마자 마음이 통했나

 

조선일보

  • 부산=이혜운 기자
  • 입력 2019.07.13 03:00 | 수정 2019.07.19 16:47
    [아무튼, 주말]
    탈북 청소년들이 지난 2일 부산 강서구 대안학교 '장대현학교'를 방문한 미국 입양아들의 인생 이야기를 듣고 있다.탈북 청소년들이 지난 2일 부산 강서구 대안학교 '장대현학교'를 방문한 미국 입양아들의 인생 이야기를 듣고 있다. / 아시아패밀리
    #1. "전 마흔네 살 케리 넬슨. 한국 이름은 이은선이에요. 어릴 때 미국 미네소타주로 입양됐어요. 제가 자란 동네는 인구가 겨우 50명 정도였어요. 저와 다섯 살 어린 동생만 유일한 동양인이었죠. 사람들은 다른 배경을 가진 사람을 만났을 때 그 다름에 대해 안 좋은 말을 하곤 하죠. 제가 들었던 말은 동양인이라는 거, 그들과 다르게 생겼다는 거였어요. 한국에 대한 제 마음은 복잡했죠. 한국을 배우고 싶지 않았어요. 알게 되는 게 너무 두려워서 제 마음을 열지 않았죠."

    #2. "저는 열여섯 살 김지연(가명)이에요. 함경북도에서 태어났어요. 의사인 엄마는 제가 두 살 때 정치범 수용소로 끌려갔죠. 엄마는 기적적으로 살아 나왔지만 제가 다섯 살 때 다시 중국으로 돈 벌러 가셨어요. 엄마는 중국에서 한국 선교사님을 만났고, 그분 도움으로 다시 북한에 들어와 저와 언니를 데리고 탈북했어요. 아홉 살 때였죠. 한국은 큰 건물과 맛있는 음식이 있는 새로운 세상이었어요. 하지만 언니는 탈북민이라는 것이 알려지며 학교에서 심한 따돌림을 겪었어요. 저는 3개월 만에 북한 사투리를 고쳤고, 탈북민이라는 걸 숨기고 살았죠. 한 친구가 '북한 사람들은 다 빨갱이야'라는 말을 했을 때 너무 화가 났지만, 가만히 있었어요. 전 사람들의 시선이 너무 무섭고 두려웠어요."

    지난 2일 오후 5시 부산 강서구의 대안학교인 '장대현학교'. 탈북 청소년들을 위한 이 학교를 미국에 사는 한국 출신 입양아와 양부모·형제 36명이 방문했다. 입양아들이 자아 정체성을 찾도록 도와주는 미국 비영리단체 '아시아 패밀리' 모국 방문단 일정 중 하나다. 성인이 된 입양아는 영어로, 청소년이 된 탈북민은 한국어로 말했다. 통역이 도왔다.

    어릴 때 미국으로 간 입양아들은 영어는 금방 배웠지만, 피부색에서 오는 차별을 느껴야 했다. 탈북 청소년들은 외모에서 오는 차별은 없었지만, 미묘하게 다른 언어에서 비롯된 차별이 있었다.

    입양 후 첫 한국 방문이라는 숀 트루맨(한국명 김승일·44)도 그랬다. 그는 세 살 때 미국 미시간주로 갔다.

    "제가 자란 동네는 인구가 500명이었어요. 동양인은 거의 없었죠. 열세 살이 됐을 때 '난 친구들과 다르구나' 느꼈어요. 전 성장이 멈췄는데, 제 친구들은 계속 컸거든요. 전 결혼을 하지 않았어요. 제가 부끄러움이 많아서인지, 사람들과 가까워지고 난 뒤 그들이 제 인생에서 사라져버릴 것 같은 두려움 때문인지 모르겠어요."

    중국 헤이룽장성에서 태어난 열아홉 살 이나영(가명)도 같은 감정을 느낀다고 했다.

    "엄마는 탈북민, 아빠는 중국인이에요. 제가 열 살 때 엄마는 돈 벌어 오겠다며 한국으로 갔어요. 학교에서 엄마 없는 애라고 놀림받고 따돌림도 당했죠. 아버지는 무서웠어요. 잘못할 때마다 심하게 혼나고 맞기도 했어요. 그러나 제일 힘들었던 건 엄마가 우리를 버렸을까 하는 두려움이었어요. 2014년 봄 엄마는 아빠 몰래 돌아와 나와 동생을 데리고 한국으로 다시 갔죠."

    만남은 자리를 옮겨 저녁 식사까지 이어졌다. 나영이는 "살면서 내가 결정할 수 없었던 것들 때문에 차별을 받았다는 것에 동질감을 느낀다"며 "아직 친부모를 못 찾았다는 것이 안타까웠고 저분들은 영어를 잘해서 부럽다"고 말했다. 이 말을 들은 숀은 "난 네가 한국말을 잘하는 것이 부러워. 한국어 공부 열심히 해서 자막 없이 한국 방송을 보는 것이 내 목표야"라고 말했다.

  • 지연이는 "우리 모두 친부모님을 쉽게 만날 수 없어서 마음이 잘 통하는 것 같다"며 "어려운 환경에서도 밝게 자란 모습이 보기 좋다"고 말했다. 현재 남극을 연구하는 과학자 가 된 케리는 "사람들이 안 좋은 말을 하면 그 말에 실망하지 말고 '그건 네 생각이지. 그건 잘못됐어'라고 당당하게 말하라"고 지연이에게 말했다.

  • 송화강 아시아패밀리 대표는 "작년에 처음 장대현학교 방문 일정을 넣었는데 이분들의 반응이 좋았다"며 "입양아들에게는 언어로는 설명할 수 없는 '침묵의 상처'가 있는데 이건 탈북민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말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7/12/2019071202183.html